미드 볼 때 자막 켤까 끌까? — 켜는 게 낫습니다
수업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. "자막 켜고 보면 공부가 안 되는 거죠?"
대부분 이렇게 알고 계십니다. 자막을 끄고 봐야 진짜 듣기 연습이 된다고요. 그래서 억지로 끄고 보다가 무슨 말인지 몰라 30분 만에 포기하십니다.
연구는 반대로 말합니다.
자막을 켜면 듣기 실력이 안 늘까요?
안 그렇습니다. 자막 연구 열여덟 편을 한데 모아 본 분석이 있는데, 영어 자막을 켜고 본 쪽이 듣기 이해와 어휘 양쪽에서 더 나았습니다. 차이도 작지 않았습니다.
이유는 간단합니다. 자막이 들은 소리와 글자를 이어 붙여 줍니다.
영어를 들을 때 안 들리는 이유는 대개 모르는 단어라서가 아닙니다. 아는 단어인데 소리로는 못 알아봐서입니다. 글로 보면 아는 Did you eat 이 디쥬잇으로 들리면 못 알아듣는 거죠.
자막은 그 순간 "아, 이게 그 단어였구나"를 만들어 줍니다. 그 경험이 쌓여야 자막 없이도 들립니다.
그럼 한글 자막은요?
여기서 갈립니다. 영어 자막과 한글 자막은 하는 일이 다릅니다.
한글 자막이 있으면 눈이 그쪽으로 갑니다. 소리를 안 들어도 내용이 이해되니까요. 줄거리는 따라가는데 영어는 하나도 안 남는 상태가 됩니다.
미드를 몇 년 봤는데 안 늘었다는 분들이 대개 이 경우입니다. 시간을 안 쓰신 게 아니라 영어를 안 들으신 겁니다.
- 영어 자막 — 소리와 글자를 잇습니다. 켜세요
- 한글 자막 — 소리를 건너뛰게 만듭니다. 끄세요
- 무자막 — 알아들을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
그러면 자막을 언제 끄나요?
순서가 있습니다. 같은 장면을 두 번 보시면 됩니다.
- 먼저 자막 없이 한 번 봅니다. 뭐가 안 들리는지 표시해 둡니다
- 영어 자막을 켜고 다시 봅니다. 안 들리던 게 무엇이었는지 확인합니다
이 순서가 중요합니다. 처음부터 켜고 보면 읽기 연습이 되고, 끝까지 끄고 보면 추측 연습이 됩니다. 둘을 붙여야 듣기가 됩니다.
그리고 전편을 다 이렇게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. 5분짜리 한 장면이면 충분해요. 직장인 영어로는 그게 현실적입니다.
오늘 해볼 것 하나
좋아하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5분만 골라보세요. 자막 없이 한 번, 영어 자막으로 한 번.
두 번째에 "이 말이었어?" 하는 순간이 한 번이라도 오면 성공입니다. 그 한 번이 다음에 그 소리를 들리게 만듭니다.
Vanderplank, R. (2016). Captioned media in foreign language learning and teaching: Subtitles for the deaf and hard-of-hearing as tools for language learning. Palgrave Macmillan.
영어 공부할 때 자막을 켜면 듣기 실력이 안 느나요?
그렇지 않습니다. 자막 연구 열여덟 편을 모아 본 분석에서 영어 자막을 켜고 본 쪽이 듣기 이해와 어휘 양쪽에서 더 나았습니다. 자막이 들은 소리와 글자를 이어 붙여 주기 때문입니다.
한글 자막과 영어 자막 중 무엇을 켜야 하나요?
영어 자막을 켜세요. 한글 자막이 있으면 눈이 그쪽으로 가서 소리를 안 들어도 내용이 이해되고, 결과적으로 줄거리만 따라가고 영어는 남지 않습니다. 미드를 오래 봤는데 안 늘었다는 경우가 대개 이것입니다.
자막은 언제 꺼야 하나요?
같은 장면을 두 번 보는 방법을 권합니다. 먼저 자막 없이 보며 안 들리는 곳을 표시하고, 그다음 영어 자막을 켜고 다시 봅니다. 처음부터 켜면 읽기 연습이 되고 끝까지 끄면 추측 연습이 됩니다. 5분짜리 한 장면이면 충분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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