영어로 말할 때 성격이 달라지는 느낌, 왜 들까?
"한국어로는 회의도 제가 끌고 가는데, 영어로 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요."
상담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. 말수가 줄고, 농담을 안 하게 되고, 의견이 있어도 삼키게 된다고요.
그리고 대개 이렇게 마무리하십니다. "제가 원래 소심해서 그런가 봐요."
성격 이야기가 아닙니다. 언어를 바꾸면 성격 점수가 실제로 달라진다는 연구가 여러 편 있어요.
정말 성격이 달라지는 걸까?
착각이 아닙니다.
스페인어와 영어를 다 쓰는 사람들에게 같은 성격 검사를 두 언어로 시켜 봤습니다. 같은 사람, 같은 문항이었어요.
그런데 점수가 달랐습니다. 영어로 답할 때 외향성·성실성·개방성이 더 높게 나왔어요. 중국어와 영어를 쓰는 사람들에게서도 같은 방향이 나왔습니다.
왜일까요. 언어는 단어 묶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. 그 언어를 쓰는 자리의 기준까지 같이 딸려옵니다. 언어가 바뀌면 "여기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"를 재는 잣대도 바뀌는 거예요.
그러니까 영어로 말할 때의 내가 가짜가 아닙니다. 다른 잣대로 재어진 나입니다.
왜 하필 소극적으로 변할까?
쓸 수 있는 표현이 좁아서입니다.
여러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언어마다 자기가 어떻게 느껴지는지 물었습니다. 덜 익숙한 언어로 말할 때 스스로를 덜 논리적이고, 덜 진지하고, 더 어색하게 느낀다고 답했어요.
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. 이 격차는 실력이 올라갈수록 줄었습니다.
즉 "영어로는 내가 아니다"는 고정된 성격이 아니에요. 지금 언어 수준이 만들어 낸 상태입니다.
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. 한국어로는 뉘앙스를 열 가지로 나눠 쓰던 분이 영어에서는 세 가지밖에 못 씁니다.
하고 싶은 말의 70%를 버리면, 남은 30%로 만들어진 나는 실제보다 단순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 됩니다. 성격이 변한 게 아니라 표현의 폭이 성격처럼 보이는 거예요.
그럼 뭘 하면 좁혀질까?
영어 실력 전반을 올리는 것보다 빠른 길이 있습니다. 내가 실제로 쓰는 말을 영어로 옮겨 두는 것이에요.
성인은 특히 그렇습니다. 우리는 이미 할 말이 있는 사람이니까요.
- 내 의견을 담는 문장부터. "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", "그 부분은 확인해 보고 말씀드릴게요." 이런 문장이 있으면 침묵 대신 끼어들기가 나옵니다.
- 농담과 완충 표현을 빼먹지 마세요. 교재는 정확한 문장을 가르칩니다. 그런데 사람을 사람답게 보이게 하는 건 부드럽게 끼어드는 말이에요.
- 내 분야 이야기부터. 내용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 언어에만 집중할 수 있고, 무엇보다 평소의 내가 그대로 나옵니다.
- 어느 순간 말이 줄어드는지 보세요. 그 자리에 필요한 표현이 무엇인지도 같이 보입니다.
오늘 딱 하나만 해보신다면 — 이번 주 회의에서 하고 싶었는데 삼킨 말 하나를 영어 문장으로 만들어 두세요.
영어로 말할 때 유난히 긴장되는 문제는 영어 울렁증은 성격이 아닙니다에서 따로 다뤘습니다. 완벽한 문장을 만들려다 타이밍을 놓치는 쪽이라면 완벽주의는 영어 발화를 어떻게 막을까?도 같이 보세요.
Chen, S. X., & Bond, M. H. (2010). Two languages, two personalities? Examining language effects on the expression of personality in a bilingual context.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, 36(11), 1514–1528.
Dewaele, J.-M., & Nakano, S. (2013). Multilinguals' perceptions of feeling different when switching languages. Journal of Multilingual and Multicultural Development, 34(2), 107–120.
영어로 말할 때 성격이 달라지는 느낌은 착각인가요?
착각이 아닙니다. Ramírez-Esparza 등(2006)은 스페인어와 영어를 모두 쓰는 사람들에게 같은 성격 검사를 두 언어로 실시했는데, 같은 사람의 점수가 언어에 따라 달라졌습니다. 영어로 응답할 때 외향성·성실성·개방성 점수가 더 높게 나왔고, 이는 각 언어에 붙어 있는 문화적 기준에 맞춰 자기를 해석하기 때문으로 설명됩니다.
영어로 말하면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은 성격 문제인가요?
성격이 아니라 상황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. Dewaele와 Nakano(2013)의 조사에서 다국어 사용자들은 덜 익숙한 언어로 말할 때 스스로를 덜 논리적이고 덜 진지하며 더 어색하다고 느낀다고 보고했습니다. 언어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이 격차는 줄어듭니다.
영어로 말할 때의 나와 한국어로 말할 때의 나를 가깝게 만들 수 있나요?
가능합니다. 격차는 성격이 아니라 표현 수단의 부족에서 오기 때문입니다. 자기 분야와 자기 의견을 영어로 반복해서 말해보는 훈련, 즉 실제로 쓰는 나의 언어를 영어로 옮겨두는 연습이 그 폭을 줄입니다.
5분 진단으로 지금 무엇이 발목을 잡는지 확인하고, 상담에서 다음 단계를 함께 정합니다.
